죄송할 따름입니다...
고진선(서울시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끝날 것 같았던 코로나19는 연일 계속되고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어제의 오늘과 오늘이 다른 것과 같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마음들은 누구에게나 희망으로 남겨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사회복지 실천현장을 조용히 살펴보고 있노라면, 확진자가 수십만 명에 이르고 돌봐야 하는 가족 중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또 다른 가족들이 돌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아직도 개인의 방역수칙이 부족함을 언급하는 기관들이 많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위의 표에서도 살펴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이제 코로나19는 특정지역 또는 개개인의 잘못이라고 하기보다 우리의 삶에 깊게 들어온 상황으로 여겨집니다(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거나 마스크 미착용을 이해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발생한 기관의 확진자들에게 과연 우리는 어떠한 태도와 감정을 가지고 대하고 있는가?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되어 글을 적어봅니다.
우선 확진자들이 경험하는 가상의 상황과 기관의 대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확진이라고 판정이 되기 전 많은 현장의 실무자들은 자신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음을 느끼게 됩니다. 이 경우에 ‘내가 기관의 첫 번째 확진자가 되는 것인가?’라는 두려움이 내 머릿속에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그와 동시에 '나와 함께 있었던 사람들의 삶과 기관의 일정들을 모두 송두리째 틀어지게 만든 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 마음을 가지고 자가키트 검사를 하러 약국 또는 편의점에 가게 됩니다. 역시나 아무런 지원이 없이 본인 돈으로 6천 원을 꺼내듭니다. 가는 시간 내내 ‘아닐 거야! 아닐 거야!’, ‘설마’라는 마음을 가지고 자가키트 검사를 했지만 불과 몇 분이 지나지 않아 2줄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마음이 들게 됩니다. ‘누구에게 먼저 말을 해서 알려줘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걱정이 먼저 앞서게 됩니다 특별히 어떠한 방역수칙 위반이나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줄이 나오는 순간! 죄인처럼 관리자에게 ‘죄송합니다.’라고 이야기하면서 보고를 하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첫 번째 보고를 받은 관리자의 메시지가 코로나19에 노출된 직원들의 마음의 상처를 더 크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분은 도대체 방역 수칙을 어떻게 지켰길래 양성 판정이 나오느냐고 직접적으로 마음의 상처를 주기도 하고 또 어떤 분은 보고를 하러 온 동료가 근처에 오는 것도 불안하다며 무의식적으로 피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으로 죄책감으로 가득한 동료가 더욱더 죄책감을 가지도록 촉진하기도 합니다. 해당 기관에 한 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후 기관에서는 전 직원에게 객관적 사실을 알리고 선제적 대응을 지속해야 하지만 확진 받은 직원과 근무하는 직원들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듯 정상적 출근을 하고 또 확진 사실을 공식적으로 전 직원에게 알리지 않은 채 몸이 아파서 쉬는 것이라고 둘러 대기도 합니다.
하지만 며칠 뒤 몸이 안 좋은 직원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또다시 확진이라는 판정을 받게 되고 이제는 쉬쉬하려고 해도 모든 직원들이 알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자, '확진이 되면 기관에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하며, 직원들에게 심리/정서적 부담을 주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알 수 없었던 첫 번째 확진자는 추가 확진 소식을 듣고 또다시 자신의 무책임한 잘못으로 인해 기관에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하였다고 느끼고 몸도 아픈 상황에 마음까지 아프게 되는 상황을 경험하게 됩니다. 정작 혼자 몸과 마음이 아픈 상황에도 누구 하나 위로하거나 돌봐주지 못하는 객지 생활의 서러움을 절실하게 체감하게 됩니다.
직원들의 코로나19 확진이 지속 발생하게 되자 중간관리자가 재택근무 또는 정해진 외부 회의들을 온라인으로 전환시키자고 건의하자 해당 기관의 최고관리자는 온라인 전환하면 누가 일을 하냐며, 핀잔을 주기 시작합니다. 또한 다른 기관들을 봐도 온라인 전환해도 확진자는 계속 발생했었다고 언급하며, 얼굴 보고 회의도 하고 식사도 하고 해야 네트워크도 튼튼해지는 거 모르냐며, 화를 내시고 걸릴 사람만 걸리는 거라고 말하며, 상처를 주기 시작합니다. 그로 인해 온라인 제안을 했던 중간관리자는 일을 열심히 안 하고 농땡이(?)를 치려고 하는 사람으로 보이게 되며, 얼마 뒤 기관의 최고 관리자까지 확진에 이르게 되었고 해당 기관의 기관장은 '기관 직원들이 방역수칙도 잘 안 지키고, 소독도 잘 안 해서 자신에게까지 코로나19가 찾아왔다'고 생각하며, 중간관리자들과 직원들을 투사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해당 기관의 공동체 의식과 집단의 응집력은 없어지게 됩니다.
이제 남은 건 서로가 서로를 탓하면서 기관을 떠나가게 되는 상황밖에 없습니다. 앞서 사회복지 실천현장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사항이지만 가상의 상황으로 코로나19의 발생과 대응이라는 내용을 간략하게 적어봤습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코로나19일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 실천현장에서 묵묵히 일해가며 현장의 서비스들을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우리의 동료들도 코로나19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노출 이후에 기관 차원의 대응을 통해 " 누구도 나를 보호해 주지 않고 기관은 개인의 책임으로만 이야기하는구나!"라고 느끼는 순간 우리 마음의 상처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들은 동료들에게 죄책감과 죄의식이 커지게 만들기 보다 그들의 몸과 마음이 빠르게 회복되어 현장에서 따뜻한 동료로 함께 어우러지길 기대하고 희망하는 배려의 마음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몸에 상처를 주는 것과 마음에 생채기를 남길 수 있습니다. 그 상처가 사회복지 실천현장에 도움 되지 않고 트라우마로 남지 않도록 서로의 입장을 배려하고 고민하는 마음을 전해줄 때 진정한 직원을 위한 복지가 실천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부터는 ‘누구의 잘못이다!’, ‘시말서 써라!’ 등 책임을 묻기보다 따뜻한 위로를 한번 나눠 보시는 건 어떨까요? 우리 모두 함께 실천해 보시길 희망해 봅니다.
본 게시물은 서울시복지재단 서울복지교육센터와 글쓴이의 허가를 받아 게시하였습니다.
출처링크: http://asq.kr/zHvkLYwmU
출처: 죄송할 따름입니다...(서울시복지재단 서울복지교육센터 공유복지플랫폼. 2022.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