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현장에서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해야 하는 것
오동준(월계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코로나19 팬데믹이 3년째로 접어들었지만 재난 상황은 아직 끝날 기미가 없다. 그렇다고 사회복지 현장 실무자 처지에서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지난 2년을 뒤돌아보며 사회복지현장에서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면서,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
지역사회를 복지수요자와 공급자 측면으로 구분하여 접근해보면, 수요자 측면에서는 건강이나 생계 문제 등을 호소하는 취약층이 크게 늘었다. 또한 사회 구성원 간의 관계 단절이나 관계 감소로 인한 우울감과 고립감 등 각종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했으며, 소상공인 중심의 지역경제가 타격을 입음에 따라 다양한 대상층에서 복잡한 사회 문제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도 코로나 팬데믹이 낳은 특징적인 현상 중 하나이다.
복지서비스를 공급하는 사회복지관 측면에서 보자면, 대면(집단)서비스가 감소한 반면 비대면 서비스는 증가하고 있다. 고령의 독거어르신과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적 보호(식생활, 건강, 정서지원 등) 서비스는 재난 상황이라 하더라도 대면 방식을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재난 상황에서 불시에 발생하는 위기사례 개입과 소규모 집단 프로그램 위주의 대면 사업도 여전히 수행 중이다. 한편 SNS,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기존의 복지관 이용 주민에게 온라인 비대면 서비스(정보제공, 교육, 여가지원 등)를 새롭게 제공하고 있다. 다만 고령의 이용자의 경우 스마트폰과 PC 보급률이 제한적이고 활용방법이 익숙하지 않아 이용에 불편을 겪는 분들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자원(인적, 물적) 동원이 감소되면서, 특히 자원봉사자의 활동이 중단되면서 평소 자원봉사자가 하던 역할에 직원들을 대체 투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팬데믹의 장기화로 사회복지관은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분은 사회복지관이 정체성 혼란과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하고, 다른 분은 기존의 대면 방식을 탈피하여 비대면 중심으로의 사업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는 이럴 때일수록 지역밀착형사업에 적극 참여하여 주민과의 접근성을 높여야 할 시기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분들도 있다.
내 의견을 우선 말하자면, 대면 중심의 복지서비스에서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한다면, 또는 지역밀착형 복지사업 전환으로 접근성을 높인다면 사회문제가 사라지고 종전보다 주민들이 더 행복해 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자세는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면 우리는 정체성의 위기가 아닌 정체성 상실과 맞닥뜨릴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변해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점검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존엄성 존중, 이용자의 인권 보장, 주민욕구 대응, 사회문제 예방 및 완화, 사회통합 등 변치 않는 가치를 지켜가면서 사회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여야 할까?
첫째, 선택과 집중이다. 불필요한 행정과 문서,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핵심 사업은 더 전문적으로, 일반 사업은 기획과 평가 절차를 간소화해야 하고, 불필요한 사업은 정리해야 한다.
둘째, 미션·비전의 재점검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사회복지관이 종전과 똑같은 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일깨웠다. 속히 각 기관의 미션·비전을 점검하고 수정하여 중장기 전략을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직원 교육이다. 종사자의 역량은 매우 중요하다. 변화된 환경과 새롭게 조정된 미션, 비전, 중장기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직원의 역량강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넷째, 자원 관리와 전략적 개발이다. 사회복지관에서 자원봉사자는 매우 중요한 파트너로서 지난 수십 년간 우리와 함께 많은 것을 이루어 냈다. 사회복지관은 기존 자원봉사자의 이탈 방지와 함께 새롭고 다양한 자원봉사자 활동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새로운 봉사자가 현장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회복지서비스는 민간 복지기관 중심으로 태동되어 성장했다. 그리고 국가와 사회의 위기가 오면 항상 복지현장이 최일선을 지켰다. 앞으로도 고통 받는 주민 곁에는 항상 우리가 함께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본 게시물은 서울시복지재단과 글쓴이의 허가를 받아 게시하였습니다.
출처링크: http://asq.kr/yEESikWX
출처: 복지이슈Today 107호(2022년 2월호) 사회복지현장에서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해야 하는 것(서울시복지재단. 2022.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