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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기획 인터뷰’ -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사회복지사의 역할

 

 

 

 

김명자 센터장님.jpg

김명자 은광지역아동센터 센터장

 

 

 

 

 

◈ 자기소개 및 걸어오신 길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은광지역아동센터에서 17년째 일하는 김명자입니다. 우연히 아는 사람들과 중증장애인 시설에서 목욕과 청소 봉사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시작한 봉사활동이 제 중년 이후의 삶을 바꾸어 놓았답니다. 첫아이 학교 보내면서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봉사활동으로 구체화했고, 6년의 봉사는 자연스럽게 지역아동센터로 이어졌습니다. 지역아동센터는 아이들을 유난히 아끼고 좋아하는 저에게 안성맞춤 일터였습니다. 저희 센터 초창기에는 함께 하는 사람들이 십시일반 마음을 모아 운영하던 때여서 교통비 정도 받고 일했지만, 오히려 그때는 무슨 일을 해도 힘이 나고 재미있었어요. 봉사활동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 지역아동센터라는 새로운 형태의 아동케어활동에 의미를 두고 힘을 모았고,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낯선 만남그 자체에 호기심을 갖고 서로를 대했던 것 같아요. 돌이켜 보면 모든 날이 좋았어요. 물론 지금 이 시간도 세월이 지나 돌이켜보며 모든 날이 좋았다고 회고하겠지요? 지금도 아이 어른할 것 없이 아동센터의 구성원 모두가 누구 하나 기죽지 않고 누구 하나 소외시키지 않고, 헤칠 때 헤치고, 뭉칠 때 뭉치는 둥글둥글한 우리 센터의 분위기는 최고의 강점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커다란 가족 같다고 할까요? 모두가 제 할 말 하며 당당하게 지내는 우리 센터의 시끌벅적이 저는 좋습니다.

 

  언제부턴가 저에 대해 이야기를 하라고 하면 아동센터 얘기로 시작해 아동센터로 끝나는 저를 보게 됩니다. 그만큼 17년 동안 그 어떤 것보다 아동센터를 앞에 두고 살았던 것 같은데, 사실 그 덕분에 서른이 된 제 집의 아이들에게, 자신들에게도 엄마가 필요했던 사춘기를 혼자 보내게 했다는 원망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때는 말 한 마디 못하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했답니다.

 

  저는 아동센터에서 일하면서 제가 어떤 성향인지 알게 되었고, 또 많이 성장했습니다. 지역아동센터 근무가 제 사회복지사 17년 경력의 전부이기 때문에 비전공 사회복지사의 무지함과 약점을 극복하려고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을 늘 염두에 두고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면 아무 데나 찾아다녔습니다. 아이들의 변화와 성장에 도움주려고 뛰어다닌 결과 제가 먼저 변하고 성장했습니다. 지금은 배운 것을 도로 상실하는(?) 나이가 되었는지 가끔 아이들의 이름을 바꿔 불러 웃음으로 미안함을 때우지만, 과연 공부는 정의로 나아가는 문이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믿고 있습니다. 아동센터 어린 친구들이 국영수를 넘어 자유롭고 정의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 아이들 곁을 지키는 일을 하는 제가 금과옥조처럼 새기고 실천하는 하나의 원칙이랍니다.

 

 

◈ 은광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소개와 중점 사업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희 센터는 운영한 지 만 17년을 꽉 채우고 18년으로 넘어갔습니다. 2020년에는 개인시설이던 센터를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였습니다. 운영자의 헌신과 희생을 기반으로 운영해온 개인시설의 한계를 넘어 책임과 권한을 나누어 돌봄효과성을 높이고, 사회적 신뢰 제고를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초등 1학년부터 고 3까지 이용하는 아동청소년이 사십명이 넘습니다. 청소년 야간보호 때문에 저녁 10시가 되어야 문을 닫습니다. 일이 많기로 유명한 저희 센터는 종사들이 제 시간에 퇴근하는 날이 거의 없습니다. 일을 오래 하는 것과 일이 많은 것, 일 잘 하는 것이 모두 등식이 아닐 텐데, 습관이 잘 고쳐지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교사들의 행복도 챙겨야겠습니다.

 

  저희 센터는 온 마을을 운동장처럼 누비고 활용하며, 마을과 함께 아이를 키워가는 공동체 돌봄을 지향합니다. 많은 활동을 마을 곳곳에서 하지요. 사물놀이는 센터 길 건너 터울림에서, 어린이 요가활동은 복지관에서, 놀이와 텃밭활동은 혁신파크 피아노숲에서, 숲놀이활동은 근린공원에서 진행합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목에 있는 골목카페 즐반에서는 요즘처럼 더운 날 물도 마시고 쉬었다 옵니다. 몸놀이, 텃밭, 문화활동 들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아동센터의 협소한 공간문제도 해결할 겸, 아이들의 성장과 돌봄을 지역 내 다양한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개방적이고 협력적으로 운영합니다.

 

  그 덕분에 아이들은 오가면서 에너지를 발산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지름길을 찾아내기도 하고 봄꽃과 가을바람을 느끼며 계절의 변화를 알게 되지요. 무엇보다 지역사회 곳곳을 발견하고, 이웃과 친분을 쌓아 갑니다. 비 오는 날 부침개 부쳐 이웃과 나눌 때 자신들이 담당하는 이웃이 있답니다. 부침개 한 접시 갖다드리고 돌아올 때는 과자를 한 접시 받아오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이웃에게 먼저 인사하고, 이웃과 그렇게 친구가 되어 갑니다.

 

 

◈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한 당시, 지역아동센터 상황은 어떠셨나요? 이에 따라 앞으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어떤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젠 대부분 일상을 회복하여 많은 것들이 지난 일이 되었지만, 예고없이 들이닥친 지난 3년 간의 코로나 사태는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어요. 순식간에 일상이 멈췄고,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줄줄이 겪으면서 모두가 혼란을 크게 겪었습니다. 어른들도 두렵고 혼란스러웠는데, 아이들은 오죽했을까요? 어제까지 멀쩡히 다녔던 학교가 문을 닫고 함께 놀았던 친구들은 만날 수 없는 사이가 되었으니 얼마나 두렵고 불안했을까요, 엄청난 사회적 재난 속에서도 오로지 마스크 하나에 의지해 답답함과 불안함을 견디어 준 우리 어린 친구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찡합니다. 어느 날 선생님, 저 오늘 생일이에요!” 하면서 활짝 웃는 1학년 여자친구의 앞니가 빠진 모습을 보았는데, 매일 만났던 아이의 이가 빠진 줄도 모르고 지냈다는 생각에 왠지 미안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스크를 벗은 아이의 얼굴이 얼마나 이쁜지도 물론 기억납니다. 우리의 삶이 길을 잃고 헤매일 때도 아이의 이는 빠질 때 빠지고 또 그 자리에 튼튼한 새 이가 나고... 그렇게 조용히, 꾸준히 자라고 있었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고 학교 등교가 금지되었을 때 가장 크게 걱정되었던 것은 아이들의 밥이었어요. 공부고 뭐고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학교가 언제 문을 열지 기약도 없는 판에 아이들을 위해 아동센터가 할 수 있는 일은 역시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밥 먹이기였습니다. 코로나가 알려준 것 중에 하나가 그동안 학교에서 점심 한 끼는 모든 아이들이 평등하게 밥을 먹었다는 사실입니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 아이들이 그 한 끼 식사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에 밥이라도 챙기자고 나섰어요.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하여 밀집된 교실수업을 금지시키긴 했지만, 아예 외출이 금지된 것은 아니니 센터에 와서 밥이라도 챙겨가게 하려고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지요. 더 좋은 재료로 더 맛있는 반찬을 만들었고, 아이들이 오는 시간에 맞추어 밥을 해서 챙겨 보냈습니다. 과일에 간식까지 알뜰히 챙겨보냈지요. 그때는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아이들 밥 챙기는 일이었어요. 행여나 편의점에서 컵라면에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울까 봐, 달고맵고짠 배달음식 자주 먹게 될까 봐,, 그렇게 대충 때우는 끼니를 자주 먹게 되어 식습관이 망가질까 봐, 나중에 몸이 아플까 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밥 한 끼의 의미를 찾는데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먹는 밥에 사람의 정성과 사랑이 담겨있어야 마음의 허기짐이 없어진다는 생각까지 도시락에 같이 담았습니다.

 

  그밖에 온라인 학습을 돕기, 센터 방역과 방역수칙 때때로 알리기, 코로나 확진아동 관리와 심리방역까지 평소 업무에 몇 가지를 더 해야 했지만, 그 덕분에 아동센터가 사회적재난 속에서도 안전지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아이들과 돈독한 신뢰와 우정을 쌓으면 그 쌓인 신뢰와 우정이 위기 상황 속에서 끄는 힘과 미는 힘이 되어 위기극복의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센터 선생님을 믿고,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믿는 평소의 유대와 신뢰를 앞으로도 지켜갈 생각입니다.

 

 

 

◈ 이번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사회복지사의 역할 기획 세미나에서 발표하신 소감 부탁드립니다!

 

  작년 필환경 사례발표 이후 기획세미나 참여요청을 받았을 때, 제가 어쩌다 이런 무거운 일에 앞장서게 되었는지 몹시 부끄럽고 자신 없었어요. 겨우 쪼끔 실천하고 있는 것을 크게 떠벌리면서 요란떠는 것은 아닌지, 더 잘 하고 계신 분들 많을 텐데 그분들에게 송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모두에게 아동복지 현장의 고군분투를 보여주는 것도 의미있겠다 싶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저와 센터 친구들에게 조금 더 깊은 관심을 촉진하고 지구살리기에 보탬이 되고 싶었습니다.


  꽤 여러 가지 활동과 교육을 꾸준히 해왔고, 발표를 준비하고, 또 세미나를 통해 느낀 것은, 기후변화는 우리 일상을 무섭게 위협하고 있고 기후위기 심각성의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는 겁니다. 지구의 건강과 사람의 건강, 사회의 건강이 서로 밀접하게 모두 다 연결되어 있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들이 플라스틱 덜 쓰고 쓰레기 분리 잘 하고, 반찬 남기지 않으면, 걸어다니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지금의 심각함은 그정도로 회복할 수준이 아니라는 겁니다. 지구의 생태환경이 스스로 순환하고 정화하는 힘을 잃고 말았을 때야 깨닫고 있다는 말씀에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이기심에 화가 납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적은 사람들이 오히려 더 위험에 노출되고 피해가 훨씬 크다는 기후불평등의 문제가 드러나고, 최근에는 기후정의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말에 우리가 함께 풀어가야 할 우리의 문제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면에서 기후정의에서 사회복지사의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는 교수님 말씀에 힘을 조금 더 내기로 했습니다. 아직 갈 길 멀었지만 한발 한발 가보렵니다. 나와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지구별에 사는 모든 생명들의 공존을 위해서. 그리고 아직 지구별에 와보지도 못한 다음다음다음... 세대를 위해서.

 

 

20230728_152320.jpg

 

* 2023년 6월 15일(목)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사회복지사의 역할 기획 세미나' -

당사자의 주체적 참여 "어린이 주민 여기 있어요~!"  中 https://www.youtube.com/watch?v=wKugFYUWzZs

 

 

 

◈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센터장님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저는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어른말 잘 들으라고 하지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지 않습니다.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건 아이들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일이고,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일입니다. 힘들고 억울할 때 나는 네 편이라는 강력한 싸인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말을 들어주기만 해도 신이 나고 살아납니다. 아주 오래전에 박문희 선생님(마주이야기 교육 창시자)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때 한편의 모노드라마를 보는 듯한 열정적 강의를 들으면서 감동의 눈물까지 흘린 기억이 있는데, 그 분의 책 제목처럼 아이는 들어주는 만큼 자란다는 그 어떤 교육철학보다 깊고 훌륭합니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이나 어른이나 우리 모두는 들어주는 만큼 자랍니다. 저는 그렇게 굳게 믿고 있어요.

 

 

◈ 향후 이루고 싶으신 목표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아동돌봄도 보편적 돌봄, 사회적 돌봄의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아이들만, 취약계층 아이들만 돌보는 시대는 아니지요. 아이들이면 누구나 필요한 만큼의 국가의 지원을 받아야 하고, 모든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 권리, 자기와 관련된 일에 참여하여 목소리를 낼 권리, 선택할 권리, 충분히 쉬고 놀 권리 등 아이들이 누려야 할 모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권리를 당연하게 여기고 인정하는 어른이 되고 싶고, 그런 생각을 구체적으로 펼치는 게 계획이랄까, 희망이랄까...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아동센터에 다니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이면 누구나 먹을 수 있도록 센터식당 문을 개방하는 거요. 지금은 그렇지 않거든요.


  그리고 경계 없이 만나서 놀 수 있는 마을놀이터만들기 운동을 한다거나, 모여서 놀게 하는 놀이운동 같은 것도 하고 싶어요. 어릴 적부터 그 어떤 차이로 인해 위축되거나 결핍되거나 우울하거나 슬픈 아이들이 없도록, 아이들이 외롭지 않도록 아이들의 자리를 넓히고 싶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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