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경 (성동외국인노동자센터 센터장)
Q. 안녕하세요, 안진경 센터장님!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내가 사회복지현장에 적절한 사람일까라는 고민을 해보신 분은 없나요?”
파워인터뷰에 참여하신 많은 분들이 사회복지사를 꿈꾸고 바라며 현장에 계신 반면에 저는 대학입학 전에도, 대학 재학 중에도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본 기억이 별로 없었다는 것을 먼저 고백합니다. 과연 내가 ‘선한 영향력을 평생 끼쳐야 하는 사회복지사’가 될 수 있을까, 내 할 일만 잘하면 되는 직업이 맞을까라는 생각에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어쩌다 사회복지현장에 들어와 15년을 보낼 수 있던 것은 ‘이제는 사회복지사가 되었다’라는 자신감이나 안도감보다 저와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며 기뻐하셨던 이용자분들과의 만남, 이용자분들이 제 인생친구가 되는 경험, 위기마다 곁에서 함께 해 준 여러 현장 동료들과의 시간을 통해 제 삶이 성장하고 있음을 경험한 덕분입니다.
현장에서 일한 지 10여년이 지나 잠시 쉼이 필요한 시기에는 연구활동과 대학강의를 통해 학생, 연구자들과 소통하며 배움의 시간을 가졌고, 국가인권위원회 이주분야 인권강사 교육을 통해 인본주의적인 시각을 키워보려는 나름의 시도도 하며 보냈지만, 복지현장에서 좋은 동료들과 클라이언트 분들과 어울리던 시절이 그리워져 23년 1월 지금의 센터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외국인, 가족을 위한 사회복지사가 맞는 것 같습니다.
Q. 성동외국인노동자센터 대한 소개와 중점 사업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성동외국인노동자센터는 서울특별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6개 외국인노동자센터 중 한 곳이며, 2001년에 개소하여 외국인노동자는 물론, 외국인주민과 그 가족 분들이 이용하는 시설입니다. 서울특별시 관련 조례에 근거하여 운영되고 있는 비영리민간단체이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사회복지시설에 속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사단법인 일일시호일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는 센터는 이주민이 안정적으로 서울에서 살 수 있도록 교육, 상담, 문화, 의료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근로활동으로 인해 평일 센터방문이 어려운 분들이 많아 일요일 상시 운영한다는 특징이 있고, 일요일 하루 평균 이용자는 200여명이 넘습니다. 2024년에는 ‘K-배움’, ‘세계관용의 날 기념행사’등 새로운 변화를 시도 중이고, 작년에 비해 많은 의료진과 봉사단체들과의 협약을 통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민을 위한 무료진료소는 더욱 확장 되었습니다. 또한 곧 시행될 ‘온라인 릴레이캠페인’을 통해 문화다양성 인식개선에 일조하려는 야심찬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Q. 올해 고용보험에 가입한 외국인 노동자가 약 22만 명에 달하고 있는데,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겪는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나요?
파워인터뷰를 통해 외국인노동자가 겪는 어려움을 몇 가지로 언급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다르게 접근해보고자 합니다. 한국은 외국인이 살기 좋은 곳일까요? 한국을 방문하는 수많은 외국인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면 개인차이가 있는 답변이 나올 것입니다. 아주 좋아서 한국에 눌러 살게 되었다는 분도 있고, 다시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오지 않겠다는 분도 계시겠지요. 그럼 한국은 외국인노동자에게 어떤 곳일까요? 마찬가지로 외국인노동자로 한국에 입국하신 분들 중에는 거주비자를 변경하면서 한국에서 장기 거주하시는 분도 계시고, 원하는 기간 만큼 근로활동을 한 뒤 모국으로 돌아가는 분도 계십니다.
한국은 ‘경제발전’이라는 필요에 의해 외국인노동자 유입정책을 펼쳐왔고, 최근에는 인구소멸 예방책의 차원에서 외국인과 그 가족의 유입을 촉진하려는 계획도 있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약 20여년간 한국은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를 ‘당연한 이방인’으로 바라보며 차별정책을 펼쳐온 것이 사실입니다.
외국인지원시설장으로서 한국 정부에 ‘인권’적 측면에서 보다 더 많은 개선을 요구하고 싶지만, 과거의 부끄러움을 반성할 줄 알기에 인류가 발전하였다는 가설 하에, 앞으로의 한국은 외국인 노동자도 살기 좋은, 자꾸 오고 싶은 나라로 바뀔 수 있을 거란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대체해봅니다. 다만 지금도 근로 현장이나 한국살이 중 큰 사고를 겪어 급여노동을 할 수 없는 채 진료비 부담만이 막대해진 외국인노동자분들의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십시일반으로 모금 후원에 참여하고 싶으시다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Q. 외국인, 다문화 용어가 혼재되어 내국인을 지원하는 사회복지사들 조차도 혼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너무도 공감이 됩니다. 2008년 관련법이 ‘외국인’과 ‘다문화’의 용어로 구분되어 제정됨에 따라 그 혼선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2018년을 전후로 여성가족부 산하에서 운영되고 있던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가족센터로 통합되었다는 점에서도 관련법제와 기본정책에 대한 점검과 통합이 조속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외국인, 다문화를 구분함으로 인해 생기는 이익은 없고, 오히려 경제적 손실과 심리적 불편감만 생긴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로 서울시 관련부서에서는 저희 외국인노동자센터를 외국인주민센터나 외국인센터 등으로 명칭을 변경하여 통합적으로 지원할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고, 법무부는 ‘외국인’에서 ‘이민’으로 용어를 변경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Q. 사회복지 실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에게 있어 사회복지 실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가치는 ‘동료애와 인연’입니다. 여기서 동료는 함께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는 물론이고, 제가 근무하는 동안 만나는 이용자분들도 포함됩니다. 이용자분들을 단순히 이용자로만 바라보지 않고, 같은 지구에 살고 있는 제 인생의 어디에서든 다시 만날 동료가 될 인연으로 여기자는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Q. 향후 이루고 싶으신 목표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지금으로서는 세 가지 목표 혹은 계획이 있습니다.
첫째는 지금의 센터를 서울시 사회복지시설로 전환시키는 것입니다.
저희 성동센터는 서울시 내 외국인노동자센터 중 유일하게 사회복지시설이 아닌 채로 운영되고 있어
저 포함 5인의 사회복지사들의 경력인정에 불평등 문제를 감내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개선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외국인주민 봉사자, 후원자를 발굴하여 외국인주민 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다문화, 외국인주민은 이용자이고 수혜자라는 인식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할 것 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은 인간의 존엄을 위해 내·외국인의 인권보호가 당연한 만큼 앞으로는 생명존중 사상을
최장의 목표로 삼고 유기동물지원, 환경보호 등 외국인 커뮤니티를 구축해보는 것입니다.
25년 12월까지 센터장으로 임명된 제가 어디까지 이루어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도전!
Q.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에서 하고 싶은 말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의 첫째 목표가 기억나실까요?
협회에서도 저희 시설 같은 사회복지 미인정시설을 발굴해 주시고, 사회복지시설로 전환될 수 있도록 점검해주시는 시스템을 꾸준히 마련해 주시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것은 센터가 처리해야 할 일’, ‘그것은 서울시가 해야 할 일’, ‘그것은 법률이 바뀌어야 가능한 일’ 이라고 하기보다 ‘서울시의 사회복지사들이 다니는 곳’으로 봐주시고 관심 있게 주시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얼마 전 회원소통위원회가 ‘서울시 처우개선 미대상 회원의 참여확대’를 위원회 목표로 제시하는 것을 보고 ‘우리 센터도 어쩌면?’이라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부디 빠른 시일 내 개선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