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을 보내고 9월을 맞으며]
<서울시의회 강석주 보건복지위원장 면담>
소중한 생명과 우리의 과제
8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지난 8일 서울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 집이 침수돼 거주하던 발달장애 여성(48)과 그의 여동생(47), 여동생의 딸 A(13) 양이 사망했다. 100년 만의 폭우로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있었지만, 가장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사건 중 하나다. 침수 방지대책과 반지하 등 주거복지 대책, 침수피해 이재민과 소상공인에서 대한 지원대책이 세워지고 있는 중 또 다른 안타까운 소식이 이어졌다.
21일 경기도 수원시 다세대주택에서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숨진 세 모녀가 정부나 지자체에 복지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던 이유는 지난 20여 년간 이들을 괴롭혀 온 '빚 독촉'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세상 사는 게 너무 힘들어요.‘ 9장에 걸쳐 근성이 적은 글에는 난소암 투병 중인 어머니의 사연과 경련이 잦은 희귀병을 앓던 40대 큰딸의 건강 문제 등 이들의 지친 삶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인근 주민 등에 따르면 둘째 딸이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는 사업부도 후 빚을 남기고 숨졌고, 세 모녀는 이 집에서 2년 넘게 전입신고조차 하지 않고 살아왔다고 한다. 세 모녀가 살던 곳은 12평 남짓한 방 두 칸짜리 집이었다.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42만원. 인근 주민들도 보기 힘들 정도로 이들은 빚 독촉을 두려워하며 숨어 살았고 이웃들과의 만남도 기피하며 어렵게 살아왔다고 한다. 경찰은 한때 생활능력이 있던 아들이 먼저 희귀병으로 사망한 뒤 생활고가 심각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슬픈 소식이다. 이번 수원 세 모녀의 일은 '죄송하다'는 메모와 마지막 월세 등을 남기고 숨진 2014년 서울 송파구의 세 모녀 사망 사건을 생각나게 한다. 정부는 송파구 세 모녀 사망사건 이후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개선해 공과금을 3개월 이상 체납하면 관련 정보가 관할 구청에 통보되도록 했고, 여러 복지대응체계가 갖추어져 가동되고 있었다. 그래도 그동안 이런 가슴 아픈 소식을 접하지 않아도 되었던 이유인데, 이번엔 빚 독촉의 공포가 복지사각지대를 만들었고 수원시 세 모녀가 떠났다.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임직원워크숍이 있었는데 특별히 수원 세 모녀의 죽음과 관련하여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일부 정치인들과 교수, 기자들의 목소리에 현장의 사회복지직공무원과 의료사회복지사 입장에서의 우려가 전해졌다.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전문가로 어려운 환경에서 격무를 담당하며 수고하면서도 이런 사건이 터지면 책임문제부터 거론된다. 제도와 시스템도 중요하고 그 안에서 원활히 작동될 수 있는 운영체계와 자원도 중요하다. 더구나 이렇게 빚 문제를 가진 분들에 대한 대책과 어려움은 또 다른 과제를 시사한다. 생계, 의료, 주거의 기본적 보장이 필요한데 이를 보장할 수 있는 우리의 제도는 충분한가? 또한 알리고, 연결하고 전달하는 행정과 정보나 도움을 요청했을 때의 대응체계는 적절하고 충분한가? 복지와 복지를 잇는 사회전반의 복지시스템을 돌아보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주시기 바란다.
수원 세 모녀 사망사건과 관련한 화성시 대책 언론보도를 살펴보았다. 화성시는 24일 ‘세 모녀 사망사건 관련 특별대책회의’를 열고 ‘복지사각지대 고위험 발굴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복지위기가구 발굴 및 보호를 위해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화성시는 이날 정명근 화성시장 주재로 화성시청 2층 상황실에서 회의를 열고 ‘복지사각지대 고위험 발굴 TF’의 구성과 운영방법 등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고 위기 가구 지원을 위한 대책을 논의했는데, 복지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복지사각지대 고위험 발굴 TF’가 8월 29일부터 지원단과 실무지원단(28개 읍면동 찾아가는 복지팀)을 꾸려 위기가구 발굴 및 복지 서비스 신청, 현장 점검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화성시의 ‘복지사각지대 고위험 발굴 TF’는 우선 2022년 1~4차 발굴대상자 중 거주 불명 등으로 종결처리 된 가구 1,176건과 위기정보입수대상자 조회를 통한 고위험(6개월 이상 체납) 대상자 8,984건 등 총 1만160건에 대해 1개월 이내에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발굴된 취약가구에 대해선 민간자원 연계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한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일시적 조사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면서 “어려운 시민들이 자살예방핫라인(031-5189-1393)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상담을 통해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경우 맞춤별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수원 세 모녀의 주소지가 화성시였으니 가장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하는 상황이었겠지만, 이 일이 수원이나 화성에만 있으라는 법은 없다. 기후위기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등 많은 사람들이 빈곤과 생활고에 내몰리고 있다. 정신적으로도 피로감이 크고 우울과 불안은 물론 신체적 질병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시민의 기본 삶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어디까지 어느 선까지로 정하고 있는가? “약자와의 동행”을 약속하고 나아가고 있는 우리 서울시와 여러 자치구도 위태로운 지금의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신속한 협력과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해주길 바란다. 많은 분들의 우려와 염려를 잠식시켜주는 대책과 계획이 나오길 기대한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제5기(2023~2026) 지역사회보장계획에 이런 내용이 잘 담겨져 있기 바란다. 지금도 이곳저곳에서 수고하고 있는 여러분을 응원하며 부탁드린다.
서울은 그동안 민관협력을 통해 서울시민의 삶을 위한 복지정책 실현을 위해 노력해왔다. 앞으로도 정치, 행정, 사회복지와 여러 관련 분야가 함께 잘 결합되어 지금 이 시대의 삶의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지켜나갔으면 한다. 소중한 생명, 이 세상에 태어나면 언젠가 삶의 끝이 있겠지만, 우리는 모두 살아가는 동안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나의 이웃과 가족, 공동체를 함께 돌보며 살아가야할 책임과 소명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주변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뜨거운 여름이 가고 서늘한 바람이 부니 이제 더위는 갔구나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도 곧 이어질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는 과제도 떠오른다. 곧 이어지는 추석명절, 여러 어려운 일이 많지만, 마음만은 풍성하게 어려운 이웃과 가까운 가족과 공동체를 돌보며 우리 서울사회복지사 회원들도 또 시민들도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간절히 소망한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야할 때다. 귀하고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서울시 신임 김상한 복지정책실장 면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