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경 (성신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외래교수)
두 번째 칼럼은 “면접에서 성공하기”입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할 무렵, 사회복지관 입사를 위한 첫 면접을 봤는데요. 당시 제가 생각했던 면접의 개념은 그저 면접관의 질문에, 웃으며 대답만 잘 하면 되는 것이었어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별 준비 없이 면접에 임했던 저는 면접장에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 경험이 있습니다. 미리 생각을 정리해두지 않으면, 나에 대해 묻는 쉬운 질문조차 바로 대답하지 못하게 되더라구요. 순간 적막이 흐르고, 시선을 어디 둬야 할지 몰라 애꿎은 벽만 바라보던 그 무안한 순간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누구에게나 이렇게 ‘서툰 처음’이 있습니다. 면접은 처음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긴장되는 일이지요. 누군가 나를 평가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압박감이 더 큽니다.
| 면접을 보는 이유
잠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볼까요? 취업을 위해 제출했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자신을 실제보다 과장하지는 않았나요? 인터넷에 떠도는 글을 내 것인 양 붙여넣기 하지는 않았나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자기소개서가 실제보다 다소 꾸며진 내용이라는 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습니다.
면접은 그래서 보는 것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스펙이 아닌 진짜 그 사람의 됨됨이, 잠재된 능력, 창의력, 열정 등을 파악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지요.
기관마다 추구하는 핵심가치와 비전, 미션과 인재상이 각기 다르더라도 모든 기관에서 공통적으로 원하는 인재의 요건은 있어요. 기관의 관심은 오로지 지원자가 자신의 강점을 활용해 기관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얼마나 기여할지, 성과를 창출할 능력과 열정이 얼마나 되는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또한, 대인관계가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성격이 모나지 않고 타인과 더불어 조직 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는 인성을 가진 지원자를 찾고 있어요.
tip. 면접관은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가?
우리 기관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적극적으로) 일할 만한 사람인가? (열정)
지원자가 동료나 선후배들과 원만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 인성을 갖췄는가? (조직친화성)
지원자가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능력(직무역량)을 가졌는가?
요즘 신입 직원 채용은 면접관 3~4명이 지원자 3~4명을 면접하는 “다-다” 면접이 일반적입니다. 면접관은 기관장-부장(국장)-외부위원-그리고, 최근엔 팀 동료들도 함께하는 추세이지요.
면접관들은 어떻게 1시간 내외로 진행되는 면접에서, 겨우 몇 개의 질문만으로 뛰어난 인재를 뽑는 것일까요?
| 소개팅과 면접의 공통점
과거, 여러분의 소개팅 경험을 떠올려볼까요? 주선자에게 전해 들은 상대방의 간단한 이력만으로는 아직 상대에 대한 호감이 느껴지지 않지요. 소개팅 장소에서 처음 마주할 때의 인상, 메뉴를 주문할 때 느껴지는 매너, 관심사를 고려한 대화, 말솜씨나 유머감각 등 눈에 보이는 모습과 행동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마음의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사실 이 결정은 ‘첫눈에 바로 이 사람이다!’ 하고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죠.
면접도 마찬가지입니다. 면접관도 지원자와 “마주 앉아 나누는 대화” 속에서 지원자가 가진 인간적이고 솔직한 매력을 발견하게 됩니다. 면접의 짧은 대화 속에서 느껴지는 지원자의 이미지, 그리고 면접 자세와 질문에 대답하는 태도, 그 속에서 알 수 있는 전문 지식 등이 우리 기관에 적합한지 검증해 가게 돼요
따라서, 자신의 좋은 태도와 인성, 인간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드는 대화법과 면접기술을 키우는 게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일단 면접장에 들어서면 미소를 머금은 밝은 표정으로 입장해서, 바른 자세로 자리에 앉는 것은 기본이구요. 지나치게 긴장하지 말고 자신감 있는 태도로 면접관을 대면해야 해요. 면접관의 질문에는 적극적으로 대답하구요.
| 말을 잘하는 사람
면접에서 말을 잘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지만 여기에는 다소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질문에 대한 요지를 잘 파악하는 것, 그것에 대한 지원자의 경험 혹은 생각을 잘 풀어내는 것, 정확한 화술을 구술하여 전달하는 것. 이렇게 세 박자가 맞았을 때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데, 많은 지원자들은 여전히 ‘면접 답변의 논리’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너무 안타까워요.
면접은 독백이 아닌 소통입니다. 대상과 목적이 다를 뿐이지 평소에 하는 대화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자리인 만큼, 면접관의 질문의 의미를 포착하고, 눈을 맞추고, 면접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등의 반응도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단답형보다는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짧은 시간에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특수한 대화이므로, 질문의 의도에 맞는 적합한 대답을 적어도 세 문장 정도로 정리하는 게 좋아요. (tip. “책 읽는 것을 좋아하나요?”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네. 좋아합니다.”는 좀 밋밋하지요. 질문의 의도가 정말 좋아하는지를 묻는 건 아닐테니까요. 질문의 의도와 추가적으로 연결될 질문의 내용을 미리 생각하고, “네. 좋아합니다. 주로 철학 관련 서적을 읽는데요. 최근에 읽은 책 중엔 <존엄에 대한 생각>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정도로 대답하는 게 소통이 되는 사람으로 느껴질 수 있어요.)
두괄식으로 간결하게 답변하는 게 명쾌합니다. 면접 당시에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지를 보면, 이후 그 지원자가 일할 때의 모습까지 상상이 가능한데요. 지루하게 얘기를 늘어놓기 보다는 자신의 주장에 대해 결론을 먼저 제시하고, 이유를 설명하는 편이 더 구체적이고 설득력이 있는 방식입니다. (ex.네. 저는 홍보업무에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 .)
| 면접상황의 긴장감
면접관의 질문에 답변할 때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꽤 많이 받습니다. 면접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자니 너무 당돌해 보일 것 같고, 시선을 피하자니 자신감이 부족해 보일 것 같다구요. 답은 간단합니다. 질문을 한 그 면접관의 눈을 보면서 대답하면 돼요. 도무지 쑥스러워서 면접관의 눈을 제대로 보지 못하겠다면, 그 면접관의 양미간이나 콧등을 바라보는 것도 한 방법이겠네요. 면접관이 여러 명 있는 경우라면, 질문하는 면접관을 바라보고 답변하되, 옆에 앉은 다른 면접관들도 짧게 1~2회 정도 둘러봐주는 센스를 발휘하면 좋겠습니다.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실수를 범하는 순간이 있어요. 바로 다른 지원자들이 답변하고 있는 순간입니다. “다-다”로 진행되는 면접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요. 한 지원자가 질문을 받으면 다른 지원자들은 허겁지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생각하느라 바빠집니다. 물론 다른 지원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머릿속에서 답변을 생각하느라 분주할 수 밖에 없겠지만요. 문제는 앞에 앉은 면접관에게는 그런 모습과 태도가 너무 잘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평가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해요.
긴장! 그게 참 문제인데요. 우리가 긴장하면,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지요. 한 번 생각이 엉키면, 자꾸 말을 더듬게 되고 논지가 흐려지는 자신의 모습에 심지어 면접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는 얘기를 하기도 하더라구요.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짓는 건 실수가 아니라 상황에 대처하는 지원자의 자세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런지 말이 자꾸 끊깁니다. 다시 대답해도 될까요?”, “죄송합니다.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는데 조금만 더 생각을 정리하고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실수를 했다면 이를 인정하고 양해를 구해서 다시 고칠 기회를 얻으면 됩니다!
| 탈락자 사례를 통한 면접 접근법
면접에 낙방의 경험이 있는 학생들과 상담할 때면 “제가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어요.” 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면접의 순간을 회고하거나 복기할 때 면접장에서의 ‘질문과 답변’의 순간만을 생각하더라구요. 근데, 면접을 준비하는 방식을 얘기하다보면 공통되는 문제가 있었어요. 우선, 면접 예상질문을 모조리 암기하는 방식으로 준비해요. 또, 채용하는 기관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면접은 ‘말’을 통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표현하는 것이잖아요. 그러니, 외우지 말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단 글로 써 둔 답변을 여러 번 소리 내어 읽으면서 내용의 흐름을 익히는 게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나서, 핵심 키워드만 암기해두고 거기에 살을 붙여 자연스럽게 말하는 연습을 해두세요. 그래야 면접에서 긴장도 덜 되고, 어떤 질문에든 스토리를 끄집어낼 수 있어요.
그리고, 기관에서 어떤 지원자를 채용할까?는 고려하지 않고, “그냥 나를 보여주면 되지 않나요?”를 우기는 건 통하지 않습니다. 기관의 특성과 지원 직무,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해요.
③ 면접에 성공하기! (下) 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