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앙대 김누리 교수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라는 책을 재미있게 보았다. 강연하듯 쓰여져서 쉽게 읽히고, 이해하기가 편했다. 과거 학창시절에 세계사를 배울 때,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며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던 ‘먼 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로 대했던 독일의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이 책은 그런 차원과는 또 다르게 독일이 1,2차 세계대전과 분단과 통일을 겪으며 선택했던 가치와 사회적 합의 등에 대해 다시금 살펴보며 지금 우리가 대한민국 서울에서 고민하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한 시각과 미래에 대한 고민들을 비교하며 풀어볼 수 있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나라 근대와 현대 정치, 사회, 경제에 대한 흐름과 역사에 대해서도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과거 학창시절 ‘공부’의 목적은 삶의 ‘안목’을 기르는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던 무뚝뚝했던 국어선생님이 생각나기도 하고, 본인이 대통령이 되면 학교 눈앞에 보이던 산동네를 아파트로 개발하겠다고 이야기하시던 국사선생님도 생각났다. 이런 저런 미래를 꿈꾸며 어린 제자들에게 생각의 기회나 고민들을 나누셨던 스승님들은 지금도 변함없이 어디에선가 멋지고 귀한 어른이 되어 계시시라. 그 때 그 교실에 있던 어린 아이는 자라면서 삶의 안목을 기르며 사회복지를 전공으로 선택했고, 이제 사회복지사의 삶을 살고 있다. 그 분들이 고민했던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고민을 하며 그 분들처럼 현재의 우리는 물론 미래 세대와 다음 세대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는지 고민하며 삶을 응원하고, 격려하고 있는 중이다.
김누리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를 이야기한다. 광장 민주주의와 일상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상당히 오랜 기간 수많은 투쟁과 희생을 치러냈고, 실로 위대한 민주주의를 이룩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민주주의는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습니다. 그 점에 대해 제 나름의 진단을 말씀드리자면,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 때문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김교수는 광화문에 모여서 목이 터져라 민주주의를 외친 사람이 집에 가서는 완전히 가부장적인 아버지요 학교에 가서는 아이들을 쥐 잡듯이 들볶는 권위주의적 교사요, 혹은 회사에 가서는 갑질을 일삼는 상사라면, 민주주의는 어디서 이루어야하는지를 묻고 있다.
내가 있는 현장은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는가? 민주주의는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가? 나에게 민주주의는 참 어렵고 무겁게 느껴졌다. 민주주의는 투쟁과 피의 값이며 사회의 여러 문제를 어디서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도 늘 고민이었다. 국어사전에서 민주주의는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제도. 또는 그런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 기본적 인권, 자유권, 평등권, 다수결의 원리, 법치주의 따위를 그 기본 원리로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정치적 과제로서의 민주주의도 어렵지만, ‘기본적 인권’, ‘존엄의 가치’는 이제 우리의 삶 여러 영역에서 매번 고민되고 숙의해야할 과제가 되었다. 과거의 무겁고 어려운 주제에서 이제 숙의해야할 소중하고 의미 있는 작업으로 다가온다.
이외에도 ‘미래와 내일’을 생각해볼만한 몇 권의 책을 더 읽었는데, 푸르른 5월 속의 이런 저런 책들은 나에게 도전이었다. 경쟁중심의 산업화로 성장을 이루어낸 대한민국, 이제 그 성장의 끝에 인간 존엄의 위기를 마주하고 있고 4차 산업혁명의 큰 변화 속에 새로운 사회로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현실의 토대위에 ‘인간 존엄과 공동체 상생의 가치를 이룰 수 있는 미래의 꿈을 꿀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지금의 성장과 발전을 지속하면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존엄하게 귀히 여기는 사회와 공동체로 성숙할 수 있기를 꿈꾼다. 이 꿈은 우리나라가 전쟁의 폐허 속 과거의 가난에서 어느 정도 해방된 지금의 우리가 서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역량과 관점을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코로나19로 차분히 잔잔히 지내는 중에 우리가 기념하고 존귀하게 여기는 여러분들과 함께 살아갈 미래를 만드는 일에 우리가 더 많은 고민과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시사회복지단체연대회의가 ‘2022년 서울시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처우개선 및 운영지침 건의(안)’을 마련하였다. 오늘 우리의 고민과 숙의가 우리 사회복지현장에서의 존엄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정의가 우리의 일상과 공동체 안에 구현되기를,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함께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길 기원한다.
글: 심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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